
케임브리지 사전에서는 ‘블루 칼라(Blue-Collar)’를 정신 노동이 아니라 육체 노동을 주로 하며, 보통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과 관련된 용어로 정의한다. 이 단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한 때부터 오늘날까지, 그 정의는 크게 확장되어 왔다. 미국 산업혁명 이전, 미국인의 다수는 농부였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는 대다수가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산업혁명은 미국의 경제와 문화를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던 산업 자체를 바꾸었다.
당시 미국(당시 주 26곳)에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미국 인구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즉, 부유층, 가난한 농민층, 그리고 가난한 공장 노동자층이다.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세습적으로 부유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대개 세습적으로 가난을 물려받았다. 모두가 블루 칼라 노동자라면, 사실상 아무도 ‘특별히’ 블루 칼라 노동자라고 불릴 수 없었을 정도였다.
중산층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에 들어서면서다. 사무직이 확산되면서,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그렇지 않은 하층 계층과 뚜렷하게 구분되기 시작했고, 이들을 구별하기 위해 ‘블루 칼라’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최근에는 이 단어가 다소 다른 의미를 띠기도 하지만, 본래는 공장에서 일하며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런 배경 때문에 ‘블루 칼라’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임금을 훨씬 적게 받았고, 주로 정신적 역량보다는 육체적 힘이 필요한 일에 적합한 사람들로 여겨져 왔다.
현대 사회는 노력과 헌신만 있다면 누구나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원리에 따라 발전해 왔다. 20세기 중·후반부터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이 급증했고, 특히 가정에서 대학을 처음으로 졸업하는 ‘1세대 대학 졸업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미국 사회는 ‘블루칼라’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는 직업을 추구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은 학업에서의 성공과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평범함’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아마도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기술·경제 강국으로 급성장한 배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업이 우월하다는 인식이 한국 문화에 깊이 뿌리박혀 있으며,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은 유명할 정도로 엄격하고 치열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 교육을 받을 준비를 충분히 갖추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과거 ‘블루 칼라’로 여겨지던 직업을 맡을 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수가 부족해졌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블루 칼라 직업을 수행할 수 있는(또는 수행하기 원하는) 인력이 줄어들면서 이들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크게 치솟았다. 그 결과, 과거에는 질적 수준이나 급여 면에서 ‘이류’로 간주되던 블루칼라 직업이 최근에는 전통적인 화이트칼라 직업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사례도 많다. 이는 ‘블루 칼라 노동자’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낳는다. 또한 전기기사 같은 전통적인 블루 칼라 직종도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결국, 한때 ‘열등한’ 직업으로 간주되던 일을 하면서도 상당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블루 칼라’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2025.01.10
노아 킹(Noah King)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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